Piece 64: Model 2109 (Le Sfere Chandelier)
Image from Nedgis
Designer: Gino Sarfatti (b.1912-d.1985)
Manufacturer: Astep (previously Flos)
Year: 1959/2018
1950년대 후반, 인류 기술의 발달과 함께 건축과 디자인 전반에 모더니즘 modernism이 절정에 달했다. 동시에 미래에 대한 낙관과 함께 ‘우주 시대 space age’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었다. 기능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모더니즘의 전성기면서 새로운 미학을 도모하던 시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변화의 경계에서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지노 사파티 Gino Sarfatti는 그의 상징적인 디자인 컬렉션 중 하나로 평가되는 Le Sfére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탈리아어로 '여러 개의 구'를 뜻하는 Le Sfere 컬렉션은, 특히 샹들리에 조명 Mode 2109를 통해 그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odel 2109는 시적인 영감과 기능주의가 아름답게 결합된 결과물이다. 고요하게 빛나는 달과 천체들에서 영감을 받은 사파티는 그들의 은은한 빛을 조명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는 자연광이나 하늘, 달과 같은 자연이 주는 서정적인 느낌을 정제되면서도 세련된 표현으로 연출했다.
이러한 미학적 접근은 모듈형 디자인으로 구체화되었다. Model 2109는 여러 개의 오팔 opal 유리 구체를 둥글게 나열한 구조이다. 각 구체는 전구와 베이스를 모두 포함하는 하나의 완전한 유닛이다. 이들은 검은색 혹은 샴페인 색의 방사형 철 구조물에 안정적으로 고정된다. 철 구조물은 구체를 얹어두는 동시에, 조명의 가벼움을 부각시키는 느슨하게 늘어뜨려진 가느다란 전선과 함께 그래픽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구체가 반복되는 형태는 리듬감을 선사하며, 단순한 조명 기구를 넘어 조형물로 승화시킨다. 검은색 구조물은 모던하고 미니멀한 느낌을, 샴페인 색은 좀더 화려하고 약간은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듯하다. 이러한 모듈형 구조는 단 하나의 팬던트부터 거대한 샹들리에까지, 벽 조명이나 천장 조명 등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게 한다.
Images from Astep
Image from Rewire
샹들리에 조명 모델 2109에는 ‘2109/14/16’, ‘2109/20/16’처럼 추가 번호가 붙는데, 이는 조명의 구체적인 사양을 나타낸다. 여기서 '2109'는 기본적인 샹들리에 모델 번호를, '14'나 '20'은 사용된 구체의 지름(cm)을, 마지막 '16'은 샹들리에에 사용된 구체의 총개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모델 2109/20/16'은 지름 20cm의 유리 구체 16개로 이루어진 조명을 뜻한다.
70년대부터 더 이상 생산되지 않던 Model 2109는 2018년에 이르러 Astep에서 Flos와의 협업으로 재런칭되었다. Astep의 설립자 알레산드로 사파티 Alessandro Sarfatti는 지노 사파티의 손자로, 할아버지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조명 내부의 열 방출 방식을 개선하고 LED를 도입해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를 이뤄냈다. 1959년 버전이 밝게 빛나는 뽀얀 보름달을 떠올리게 했다면, 2018년에 추가된 투명 유리 버전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닮았다. 투명한 유리는 반짝거리는 빛의 효과로 세련된 우아함을 더하고, 동시에 조명의 구조물을 부각하여 시각적 구성을 두드러지게 한다.
유리 구체의 볼드 한 존재감과 수려한 실루엣 덕분에, Model 2109는 거실이나 호텔 로비처럼 천고가 높은 공간에 특히 잘 어울린다. 그냥 툭 얹어 놓은 듯, 무심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으로 굳이 요란하고 화려한 모습이 아니어도 공간에 굵직한 임팩트를 준다. 이렇듯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디자인의 힘이 바로 60년이 지난 지금도 Le Sfére가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Image from Astep
+About designer
1912년 베니스 출생. 1939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 아르텔루체 Arteluce에서 700개가 넘는 조명을 디자인하고 발전시켰다. 이탈리아 산업디자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선구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본래 항공 공학을 공부했지만, 가정 환경의 변화로 밀라노로 이주하며 우연히 조명과 조우하게 되었다. 유리 화병을 조명으로 바꾸는 공학 프로젝트를 통해 조명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매력에 빠진 이후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하게 된다. 새로운 조명 방식, 혁신적인 소재, 첨단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생산 방식에 끊임없이 영감을 받으며 탐구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기능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세련된 조명 작품들을 창조한 인물. 1973년 코모 호수 Lake Como에서 은퇴하였으며, 아르텔루체와 그의 디자인 컬렉션은 플로스 Flos에 인수되었다. 1985년 그라베도나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은 플로스 Flos와 그의 손자가 설립한 조명회사 Astep 아스텝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Image from NY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