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62: Élysée lamp
Image from Ozone
Designer: Pierre Paulin (b.1927 - d.2009)
Manufacturer: Verre Lumière / Ozone
Year: 1972
한때 K팝 스타 제니의 선택을 받아 구름 같은 귀여운 형태로 관심을 받던 파샤 Pacha 라운지체어(1975)처럼, 피에르 폴랑 Pierre Paulin의 작업이라 하면 대부분 소파나 선반과 같은 가구들이 익숙하게 떠오르기 쉽다. 그래서인지 폴랑 Paulin 표 조명이라 하면 왠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조명 ‘엘리제 Elysee’는 그가 디자인한 몇 안 되는 조명으로, 상당히 현대적인 디자인이다. 요즘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모던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엘리제 조명은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본래 프랑스의 엘리제궁을 위해 탄생했다. 풍부한 역사를 자랑하는 엘리제궁(Palais de l’Élysée)은 1772년 완공된 이래 나폴레옹,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퐁파두르 등 많은 귀족과 왕족을 위해 사용되었던 곳이다. 이후 19세기 중반에 엘리제궁을 대통령의 집무실 겸 자택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여러 대통령들을 모시게 되었다. 오늘날의 Elysee 조명은 바로 그 대통령들 중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 재임 시절에 등장하게 된다.
1972년 평소 모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던 퐁피두 대통령과 영부인은 피에르 폴랑에게 엘리제궁에 현대성을 불어넣어 줄 것을 의뢰했다. 그중에서도 나폴레옹 3세의 침실이었던 다이닝룸(Salle à Manger)은 유서 깊은 공간의 오리지널리티와 구조를 해치지 않고 언제든 철거 가능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원했다고 한다. 폴랑은 가벽부터 천장 구조물, 가구까지 일관된 디자인으로 클래식한 공간을 모던하게 탈바꿈시키며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조명 역시 그의 이러한 공간 미학을 표현하고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Image from Paris Match
엘리제 조명은 매끈한 알루미늄 기둥이 솟아오르다 꼭대기에서 두 갈래의 곡선으로 나뉜다. 한쪽은 유기적인 컷으로 마무리되며 전구를 감싸는 형태로 남고, 다른 한쪽은 둥근 오목 접시 모양의 반사판으로 펼쳐진다. 반사판에 닿아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빛은 각진 곳 하나 없이 둥글둥글한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공간에 차분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무광의 반사판과 대비되는 광택 있는 기둥의 마감은 세련미를 더하며, 당시에 유행하던 스페이스 에이지 space age 스타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미니멀하고 부드러운 형태, 그리고 기능성을 중시하는 폴랑의 스타일이 느껴진다.
“물건은 모든 각도에서 아름다워야 하며, 의자는 단순한 기능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라는 모토를 가진 폴랑은 둥글고 유기적인 선부터 기하학적인 형태까지 넘나들며 신선한 비전을 끈질기게 제시해 왔다. 역사적인 공간에 현대적인 터치를 가미하면서도 본연의 우아함을 지켜낸 엘리제 조명에서도 곡선의 아름다움과 기능성의 조화로움을 통해 그 비전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그 가치는 폴랑이 제시한 모더니즘 디자인의 중요성과 함께 그의 디자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Image from Beaux Arts Magazine
Image from Somerset House
Image from Ozone
Image from Galerie Meubles et Lumières
+About designer
192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 디자이너였던 아버지 조지 폴랑 Georges Paulin과 조각가였던 증삼촌의 영향을 받았던 피에르 폴랑 Pierre Paulin은 예술과 디자인에 일찍 눈을 떴다. 파리의 예술 학교 카몽도 Camondo를 졸업하고, 가구 및 선박 가구 디자이너 마르셀 가스코앙 Marcel Gascoin의 워크숍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1953년 '살롱 데 자르 메나제 Salon des Arts Ménagers'에서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토넷 프랑스 Thonet France, 뫼블 Meubles TV, 디스데로 Disderot 등 많은 회사와 협력했으며, 특히 네덜란드 가구 회사 아티포트 Artifort와 함께 리본 체어 Ribbon Chair 등 상징적인 작품들을 다수 탄생시켰다. 모빌리에 나시오날 Mobilier national(1604년부터 프랑스 왕실의 인테리어를 위한 가구 및 장식품들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구 뮤지엄)과 1968년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루브르 박물관과 엘리제 궁, 대통령 집무실 등 대규모 인테리어 및 가구 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1972년 엘리제궁에 현대성을 불어넣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르네 가브리엘 상(Prix René-Gabriel, 1960), 시카고 디자인 어워드(Chicago Design Award, 1969), 국립 산업 디자인 대상(Grand Prix National de la Création industrielle, 1987)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의 가구는 퐁피두 센터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 소장품으로 전시되고 있으며, 그의 디자인 유산은 그의 아내, 아들 그리고 며느리가 2008년에 설립한 ‘폴랑, 폴랑, 폴랑 Paulin, Paulin, Paulin’이라는 회사 이름 아래 이어지고 있다.
Image from Oz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