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ce 61: Model 2065

 

Image from Mobilia

Designer: Gino Sarfatti (b.1912-d.1985)

Manufacturer: Astep

Year: 1950/2016



얼마 전 성수동에 자리잡은 디뮤지엄에서 선보인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전시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전시는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는데, 그 집의 거주자인 가상의 페르소나의 취향과 정체성을 담은 작품과 가구들이 어우러지게 배치되어 마치 실제 집에 초대된 느낌을 들게 했다. 공간에 소개된 작품들은 약 300여 점으로, 디뮤지엄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수집한 박서보, 김환기 등 거장 70여 명의 작품들과 유명 건축가들의 빈티지 가구가 함께 했다. 가장 마지막 층의 Duplex 공간은 갤러리스트의 집이라는 주제에 맞게 건축가 장 프루베, 핀 율의 디자인 가구와 안드레 리카드의 타투 알타 조명(언젠가 이 조명도 한 번 다루고 싶다) 등, 미술 애호가라면 분명 놓칠 수 없을 오래된 빈티지 가구들을 현대적인 공간에 갖추고 있었다. 

오늘 라이릿이 소개할 조명, 지노 사파티 Gino Sarfatti가 디자인 한 ‘Model 2075’도 바로 그곳에 있었다. 둥그스름한 우유 빛깔의 디퓨저가 빈티지한 민트 색감의 주방을 배경으로 모던하고 우아하게 떠 있었다. 

Images from Astep

Model 2075는 지노 사파티가 1950년에 디자인한 조명이다. 당시 종전 이후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성과 간결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사조가 디자인계에서 주를 이루고 있었다. 지노 사파티는 그런 흐름 속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보인 선구자였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기보다는 조명 타입에 따라 번호를 매겨 카탈로그화할 만큼 실용적이고 체계적인 공학자적 면모가 돋보였는데, 특히 1950년은 그가 Model 2075를 통해 새로운 소재인 메타크릴레이트 methacrylate 를 실험하며 조명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했던 해이기도 하다. 기존에 주를 이루던 유리 대신 선택한 이 신소재의 경량성에 디자인의 단순성이 더해져 Model 2075는 마치 공기처럼 가볍게 공간에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두 개의 둥근 접시 형태를 맞붙인 듯한 타원형의 디퓨저는 마치 매끈한 조약돌 같기도 하다. 천장의 검정 알루미늄 캐노피에서 내려오는 검정 메탈 막대는 조약돌 모양의 디퓨저를 수직으로 관통하며, 디퓨저 하단으로 한 뼘 정도 더 길게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막대가 디퓨저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듯한 인상을 주어 조명의 경쾌함을 더욱 강조하며, 독특한 시각적 균형감을 선사한다. 디퓨저의 색감과 질감은 부드럽고 은은하게 빛을 확신시키며 공간에 우아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기능성과 심미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던 지노 사파티의 디자인 철학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2016년에 리뉴얼된 Model 2065의 디퓨저는 환경까지 생각한 Green Cast® 소재(재활용 가능)를 사용했지만, 기존 메타크릴레이트와 동일한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유지하여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감성과 현대적인 세련됨을 동시에 담고 있는 Model 2075의 매력은 개개인의 독특한 취향을 존중하는 현재의 통합적인 인테리어 트렌드 속에서도 계속해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공간이든 각자의 개성을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하는 특별한 요소가 될 것이다.

Video and Image from Astep

+About designer

1912년 베니스 출생. 1939년 자신이 설립한 회사 아르텔루체 Arteluce에서 700개가 넘는 조명을 디자인하고 발전시켰다. 이탈리아 산업디자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하나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선구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본래 항공 공학을 공부했지만, 가정 환경의 변화로 밀라노로 이주하며 우연히 조명과 조우하게 되었다. 유리 화병을 조명으로 바꾸는 공학 프로젝트를 통해 조명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의 매력에 빠진 이후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하게 된다. 새로운 조명 방식, 혁신적인 소재, 첨단 기술, 그리고 독창적인 생산 방식에 끊임없이 영감을 받으며 탐구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바탕으로 기능과 심미성을 모두 갖춘 세련된 조명 작품들을 창조한 인물. 1973년 코모 호수 Lake Como에서 은퇴하였으며, 아르텔루체와 그의 디자인 컬렉션은 플로스 Flos에 인수되었다. 1985년 그라베도나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은 플로스 Flos와 그의 손자가 설립한 조명회사 Astep 아스텝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Image from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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